필리핀 세부, 어느 한낮.작열하는 태양 아래, 나는 바다 내음을 따라 작은 골목으로 향하고 있었다.그곳에는 한적한 로컬 식당이 있고, 바다를 배경으로 따뜻한 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.그런데 그 순간.지갑이 없었다. "설마..."급히 가방을 뒤졌다. 주머니도, 가방 속 주머니도, 숙소로 가는 길도.하지만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.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고이 챙겨온 현금, 카드, 신분증이 들어 있던 지갑.처음엔 당황했다.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.하지만 이상했다. 그 다음에 들었던 감정은 ‘허탈함’이 아닌, 묘한 ‘평온함’이었다. 🪶 낯선 곳에서의 낯선 여유지갑을 잃고 나는 아주 천천히 걸었다.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.그렇게 발걸음은 바닷가로 이어졌다.아이들이 맨발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...